이창용 /
나는 한국어 교육 현장에 있지 않아도 아웃사이더임에 틀림없다 국내에서 활동하기보다 국외에서 활동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것이 나에게 직업이 아니라 봉사자의 입장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국내 한국어 교수들의 상황은 카페나 책에서 접할 수 있을 뿐이다. 한국어 교사와 교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인 카페에서 또는 다큐멘터리 같은 소설로 교사의 현실을 접한다. 그동안 내가 접한 책 대부분은 한국어 교육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 책에는 한국어 교육에 관한 거의 모든 내용이 담겨 있다. 수업이 진행되는 교실의 모습, 교육 내용, 외국어를 배우러 한국에 온 외국인 학생들의 모습, 또 그들을 지도하는 교사들의 모습,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혹은 직관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설명을 하자면 결코 쉽지 않은 한국어, 대학교 강단에 선 한국어 교수들이 처한 환경 등.
한국어 수업에 관한 이야기는 국내 교실이나 국외 교실이나 별로 다르지 않았다. 많은 부분이 공감되었다. 특히 '무슬림과 보내는 특별한 1년'은 나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내가 근무한 곳이 이슬람교를 믿는 나라였기 때문이다. 나는 무슬림들이 사는 곳으로 내 몸 하나를 옮겼을 뿐이지만 저자는 한국에 유학 온 이슬람교를 믿는 수십 명의 학생들을 지도해야 한다. 이 차이가 어떻게 다른지 확연히 알겠어. 이들을 지도하는 것은 비단 한국어뿐만이 아니다. 하루에 다섯 번 하는 기도를 위한 장소와 시간을 배려해야 한다. 문화수업에 나가면 할랄 음식을 미리 점검해야 한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저자 이창용 선생은 문학평론가 신분으로 현재 서울대 언어교육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건국대에서 양성과정을 이수할 때 사용한 경험이 있는 『한국어 수업을 위한 문법활동집』을 출간한 분이기도 하다.
서울대 언어교육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분들은 다른 한국어 교사들이 시간강사인 데 대해 무기계약직이다. 물론 이창용 선생도 무기계약서를 작성하는 데 11년 반이 걸렸다고 한다. 이 책의 마지막 챕터인 한국어 교원을 위하여에는 서울대 언어교육원에서 일하는 한국어교육 시간강사 전원이 어떤 과정을 거쳐 시간강사를 그만두고 무기계약직 교원이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솔직하게 실려 있다. 이미 무기계약서를 만들어놓고 수업을 듣지 못하거나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되는 분들이 시간강사 입장에서 이들의 수업시수를 채우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수업을 반납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어 교원 자격증으로 얻을 수 있는 직업은 질이 좋지 않다. (중략) 만약 한국어 교사가 되고 싶다면 다시 생각해 보길 권한다. 교실 안에서는 보람이 크지만 교실 밖에서는 여러 가지 부정적인 감정들, 예를 들어 불안 우울 슬픔 비참 억울함 같은 것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니까.-230쪽. -이렇게 쓰면 마음이 아파. 유급휴가나 주휴수당도 없고 고용보험도 적용받지 못해 단기 계약직이 불안정한 프리랜서 한국어 교원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한국어 교원을 희망하는 분에게는 필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경제적 궁핍이나 위와 같은 감정을 감수하더라도 그저 보람 있고 좋아하며 한국어 교원을 희망하는 분에게도 일독을 권한다.